수도팔계(修道八戒)- 3.
천하에 가장 용맹스러운 사람은 남에게 질 줄 아는 사람이다.
무슨 일에든지 남에게 지고 밟히고 하는 사람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다.
천대받고 모욕받는 즐거움이여,
나를 무한한 행복의 길을 이끄는도다.
남에게 대접받을 때가 나 망하는 때이다.
나를 칭찬하고 숭배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수도를 제일 방해하는 마구니이며 도적이다.
중상과 모략 등의 온갖 수단으로 나를 괴롭히고 헐뜯고
욕하고 해치고 괄시하는 사람보다 더 큰 은인은 없으니,
뼈를 갈아 가루를 만들어 그 은혜를 갚으려 해도
다 갚기 어렵거늘 하물며 원한을 품는단 말인가?
나의 공부를 방해하는 모든 사람들을 제거해 주고, 참는
힘을 많이 복돋아 주어 도를 일취월장(日就月將)케 하여 주니,
그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 있을까?
칭찬과 숭배는 나를
타락의 구렁으로 떨어뜨리나니 어찌 무서워하지 않으며,
천대와 모욕처럼 나를
굳세게 하고 채찍질 하는 것이 없으니 어찌 은혜가 아니랴.
그러므로 속담에도 말하지 않았던가.
'미운 자식 밥 많이 주고, 고운 자식 매 많이 때린다.'고 하니,
참으로 금옥(金玉)같은 말이다. 항상 남이 나를 해치고
욕할수록 그 은혜를 깊이 깨닫고,
나는 그 사람을 더욱 더 존경하며 도와야 한다.
한산과 습득스님이 천태산 국청사에 있으면서
거짓 미친 행동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모욕과 천대를 받고 있었다.
그 주의 지사가 성인인 줄 알고 의복과 음식을 올리며
절하니 한산과 습득스님이 크게 놀래어 외쳤다.
'이 도적놈아, 이 도적놈아!' 그리고는
도망쳐 달아나서는 다시 세상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옹스님은 남에게 대접받지 않고
미움과 괄시를 받기 위해서 일부러 도적질을 다 하였다.
이것이 공부인(工夫人)의 진실방편(眞實方便)이다.
최잔고목(嶊殘枯木) !
부러지고 이지러진 마른 나무 막대기를 말함이다.
이렇게 쓸데없는 나무 막대기는 나무꾼도 돌아보지 않는다.
땔나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 땔 물건도 못되는 나무 막대기는 천지간에 어디 한 곳
쓸 곳이 없는, 아주 못쓰는 물건이니,
이러한 물건이 되지 않으면 공부인이 되지 못한다.
결국은 제 잘난 싸움마당에서 춤추는 미친 사람이 되고 말아서,
공부 길은 영영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인은
세상에서 아무 쓸 곳이 없는 대낙오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오직 영원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희생해서 버리고,
세상을 아주 등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버림받는 사람,
어느 곳에서나 멸시당하는 사람,
살아나가는 길이란 공부 길 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뿐만 아니라
불법 가운데서도 버림받은 사람, 쓸데없는 사람이 되지 않고는
영원한 자유를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천태 지자대사같은 최고의 고승도 죽을 때 탄식하였다.
'내가 만일 대중을 거느리지 않았던들, 육근청정(六根淸淨)의
성위(聖位)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어른노릇 하느라고
오품범위(五品凡位)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지자대사같은 분도 이렇게 말씀하였거늘, 하물며 그 외 사람들이랴.
[성철스님의 '수도자에게 주는 글'중에서]
■ 수도팔계(修道八戒)■
1. 절속(絶俗) 2. 금욕(禁慾) 3. 천대(賤待) 4. 하심(下心)
5. 정진(精進) 6. 고행(苦行) 7. 예참(禮懺) 8. 이타(利他)
억천만겁토록 생사고해를 헤매다가, 어려운 일 가운데도
어려운 사람 몸을 받고 부처님 법을 만났으니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제도할꼬.'
철석같은 의지, 서릿발같은 결심으로,
혼자서 만 사람이나 되는 적을 상대하듯,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 언정 마침내 물러나지 않는다는 각오가 서야만 한다.
오직 영원한 해탈, 즉 '성불(成佛)을 위하여 일체를 희생한다'는
굳은 결의로써 정진하면 결정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성철스님의 '수도자에게 주는 글'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