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팔계(修道八戒)- 4.
4. 하심(下心)
좋고 영광스러운 것은
항상 남에게 미루고 남 부끄럽고 욕되는 것은
남모르게 내가 둘러쓰는 것이 수도인의 행동이다.
육조대사가 말씀하셨다.
‘항상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시비(是非), 선악(善惡)은 보지 못한다.’
이 말씀이야말로 공부하는 사람의 눈이다.
내 옳음이 추호라도
있을 때에는 내 허물이 태산보다 크다.
나의 옳음을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야 조금 철이 난 사람이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에든지 전혀 내 허물만 보이고
남의 허물은 볼래야 볼 수 없는 것이다. 세상 모두가
‘내 옳고 네 그른 싸움’이니,
내 그르고 네 옳은 줄만 알면 싸움이 영원히
그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깊이 깨달아
‘내 옳고 네 그름’을 버리고
항상 나의 허물, 나의 잘못만 보아야 한다.
법연선사가 말씀하였다.
‘이십년 동안 죽을 힘을 다해서 공부하니
이제 겨우내 부끄러운 줄 알겠다.’
‘내 잘났다’고 천지를 모르고 어깨춤을 추는
어리석음에서 조금 정신을 차린 말씀이다.
뉴톤은 천고의 큰 물리학자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훌륭하다’고 많이 존경하였으나
뉴톤 자신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자기가 생각해 볼 때
자신은 대학자는 고사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왜 자기를 대학자로 취급하는지 의심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말하였다.
‘우주의 진리는 대해 같이 넓고 깊다.
그러나 나 자신은 바닷가에서 조개 껍질이나
줍고 노는 어린아이에 불과하여
진리의 바다에는 발 한번 적셔 보지 못했다.’
이 말도 자기의 어리석음을 조금 짐작하는 말이다.
서양의 제일가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항상 크게 외쳤다.
‘나는 단지 한 가지만 안다.
그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볼 때
세상 사람들은 참으로 제 못난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니요,
다 제 잘나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임제종의 중흥조인 법연선사의 말씀을 잊지 말자.
그는 누가 법문(法門)을 물으면 항상 말씀하였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천하의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무엇을 안다고 그렇게도 떠드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상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위대한 인물은
오로지 모든 사람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기의 잘못남을 자각하는 정도로
그 사람의 인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잘못남을 철저히 깨달아 일체를
부처님과 같이 섬기게 되면 일체가 나를
부처님과 같이 섬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낮고 낮은 곳이 자연히 바다가 되나니,
이것은 일부러 남에게 존경을 받으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남에게 존경을 받을 생각이 있으면
남에게서 더 이상 존경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내 몸을 낮추고 또 낮추어 밑없는 곳까지 내려가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더라.’
공자가 노자를 보러 가니 노자가 말했다.
‘그대를 보니 살과 뼈는 다 썩고 오직 입만 살았구나!
큰 부자는 재산을 깊이 감추어 없는 것 같이 하고
어진 사람은 얼굴을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하나니
그대의 교만한 행동과 도도한 생각을 버려라.
무엇을 알기에 그렇게 잘난 체하는가?’
공자가 듣고 크게 탄복하며
노자를 ‘용(龍)과 같다’고 하였다.
노자가 또 공자에게 말하였다.
‘내 부탁하노니
누구든지 총명한 사람이 그 몸을 망치는 것은
다 남의 허물을 잘 말하기 때문이니 부디부디
조심해서 남의 나쁜 것과 그른 것을 입밖에 내지 말아라.’
이 두 분은 지상에서 큰 성인이라 다들 존경하는 바이다.
서로 처음 만났을 적에 이런 말로써 경계하니
그것은 누구든지 일생 동안 지켜도 남을 말들이다.
하심(下心)의 덕목(德目)을 몇 가지 적어 본다.
* 도가 높을수록 마음은 더욱 낮추어야하니
모든 사람들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하며
원수를 부모와 같이 섬긴다.
* 어린이나 걸인이나 어떠한 악인이라도
차별하지 말고 지극히 존경한다.
* 낮은 자리에 앉고 서며
끝에서 수행하여 남보다 앞서지 않는다.
* 음식을 먹을 때나 물건을 나눌 때
좋은 것은 남에게 미루고 나쁜 것만 가진다.
* 언제든지 고되고 천한 일은 자기가 한다.
[성철스님의 '수도자에게 주는 글'중에서]
■ 수도팔계(修道八戒)■
1. 절속(絶俗) 2. 금욕(禁慾) 3. 천대(賤待) 4. 하심(下心)
5. 정진(精進) 6. 고행(苦行) 7. 예참(禮懺) 8. 이타(利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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