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마음"이 모든걸 창조한다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꾸띠를 청소하고 빨래를 마치고 따뜻한 차 한잔도 마셨다.
밖에서는 열대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내리며 버서석 버서석 소리를 낸다.
평화라는 말이 흘러나오며 미소가 지어진다.
눈을 감고 정좌한다. 사념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잠시 문득 사념이 사라지다가 다시 어떤 사념이 강하게 일어나면 사마디와 사띠의 상태에서 의식이 벗어나며 그 사념에 집중되어진다.
그것은 처음 순간에는 상(相)으로 나타난다. 사람이라면 사람의 형상, 장소라면 그 장소의 상황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상은 바로 프린트 되는 것 같은 현상으로 말하여진다.
그것을 잘 관찰하고 있으면 아주 순식간에 상이 일어나며 그 즉시 느낌이 동반되어지는데 그 느낌은 주로 쾌와 불쾌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을 잘 보고 있으면좋은 느낌인 경우는 심장에 부드러운 충동을, 아니면 어떤 육체의 기관에 부드러운 파동을 준다.
불쾌한 느낌의 경우는 그 강도에 따라 심장에 쿵하는 부담을 주거나 가슴이 조인다거나, 다리, 팔, 어느 부위에 미세한 경련 같은 것으로 나타난다.
나는 이것을 관찰하며 바로 이러한 사념의 형태가 순식간에 파동으로 작용하는것을 본다.
사마디와 사띠가 강할수록 이것은 선명하게 감지되어진다. 그래서 불쾌한 생각에 시달리면 분명히 육체의 어는 기관에 병이 생길것이라는 것이 자명하게 느껴졌다.
좋은 느낌이라면 어떨까 ? 물론 위와 같은 관찰로 생각들이 일어나면 그런 과정이 일어나기 전에 놓아버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나쁜 느낌들을 동반하는 생각들이 그렇다면 좋은 느낌이라면 좀 질겅 질겅 씹고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
그렇다 일단 좋은 느낌을 주는 영상은 조이거나 파괴하는 파동은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심장에 미세한 충동을 주면서 몸의 평정상태를 흔들어 놓는다.
나는 잠시 이 좋은 느낌이 주는 미세한 흥분과 근육들이 이완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기분 좋은 느낌이 봄날처럼 피어 올랐다. 그러다가 문득, 마치 사념이 없던 상태에서 사념이 불쑥 일어나듯이, 그 사념이 지속되다가 문득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나는 너무나 그윽한 평화의 상태에 몰입되었다.
그것은 마치 출렁이던 물결에서 정적의 고요함에 들은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순간의
변화, 좋은 느낌의 상태가 주던 기쁨과 그 느낌이 사라진 '없음'의 상태가 주는 평정과
고요의 기쁨은 가히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전의 기쁨은 이 '없음'의 평화의 기쁨에 비하면 참으로 조악스러운 것이었다.
이전의 것이 삐띠 (piti)의 기쁨이라면 '없음'의 기쁨은 숙카 (sukha)와 평정 (upekkha)의
기쁨이었다.
사념을 놓으며, 놓으며, 주변은 점점 더 밝은 빛으로 둘러 싸여진다. 빛의 찬란한 만큼 그 기쁨과 평화의 느낌도 계속 깊어져 갔다. 마치 빛으로 세포 하나 하나가 목욕을 하는 기분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 같은것이 피어 올랐다.
그런데 문득, 마치 투명한 강물 위에 깔려 있던 돌멩이 하나가 물이 맑아지면불쑥 드러나듯이, 잠재해있던 미운 생각 하나가 불쑥 튀어 올랐다. 이것을 즉시 놓아 버렸어야 했는데 나는 이 생각을 한단계, 두 단계 진행시켰다.
그러자 순간 그 찬란하던 주변의 빛이 우윳빛으로 둔탁해졌다. 만족도도 뚝 떨어져 버렸다. 이것은 정말 순간에 일어났는데, 나는 정말로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는 자신의 의식수준이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되어졌다.
그리고 단 하나의 나쁜 생각이라도 그것이 마음과 몸 전체에 즉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빛들이 투명에서 불투명으로, 섬세에서 탁함으로 변하는 것이 너무 싫어서 그것들을 즉시 자각하고 놓아버렸다. 좋은 사념도, 싫은 사념도 놓고, 놓고, 놓으며 '없음'으로 '비어있음'으로 들어선다.
사념이 놓여지며 '비어있음'으로 들어서는 순간에는 바로 그 변화의 순간에 가벼운 미소가 자연스레 피어 오른다. 그리고 아, 놓여남, 놓여남의 기쁨이......
이런 과정들을 수행을 통해 직접 경험하며 나는 진정 마음이 모든 것을 창조한다는 것을 본다.
그러니 하루 종일 남을 미워하고 흉보고 화내고 산다면, 오, 그것은 정말 쓰레기통을 뒤집어 쓰고 사는 것일 것이다.
반면에 한번의 좋은 생각, 자비의 마음이 바로 보약일 것이다. 타인을 위하여,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하여 자비관을 한시간 한다면 이것은 보약한재 !
그저 다 놓아버리면 진시황이 찾아 다녔다는 불노초 한재.
그래서 나는 이 아름다운 시간들 속에서 '비어있음'을 갈망하고 '비어있음'에 머문다.
-아눌라 스님-